직원이 근무 중 회사 업무로 로고나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해서 저작권이 언제나 자동으로 회사에 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작권법은 원칙적으로 실제 창작자를 저작자로 보지만, 법인 등의 기획 아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업무상 작성하고 회사 명의로 공표하는 등 ‘업무상저작물’ 요건을 갖추면 계약이나 근무규칙에 다른 정함이 없는 한 회사가 저작자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급여 지급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누가 제작을 기획하고 지시했는지, 제작자가 어떤 업무관계에 있었는지, 직무 범위 안에서 만들었는지, 누구 명의로 공개했는지, 계약에 별도 귀속 조항이 있는지를 저작물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분쟁이 생긴 뒤 기억에 의존하지 않도록 기획서·업무지시·원본파일·버전이력·계약서·공표 화면을 지금 보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기획부터 제작·공표·계약까지 권리 귀속의 요건이 증거로 이어지는지가 핵심입니다.
기본 원칙은 창작자가 저작자라는 것입니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저작자를 그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저작권은 창작한 때부터 발생하며 별도의 등록이나 형식을 거쳐야만 생기는 권리가 아닙니다.
회사가 제작비나 급여를 부담했다는 사정은 중요한 배경이지만, 그것만으로 창작자 원칙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회사가 처음부터 저작자가 되는 업무상저작물인지, 창작자인 개인에게 생긴 저작재산권을 회사가 계약으로 양도받았는지, 정해진 범위에서 이용허락만 받은 것인지는 서로 다른 법률관계입니다.
회사가 저작자가 되려면 다섯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31호와 제9조를 함께 보면 일반 저작물의 업무상저작물 여부는 다음 요소를 차례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 법인 등의 기획: 회사가 해당 저작물의 작성을 의도하고 계획했는지
-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제작자가 회사의 업무에 종사하며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관계였는지
- 업무상 작성: 담당 직무와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만든 것인지
- 회사 명의 공표: 완성물이 회사의 명의로 외부에 공표되었는지
- 다른 약정의 부재: 계약이나 근무규칙이 직원 등 다른 사람에게 권리를 귀속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은 법에서 회사 명의로 공표될 것을 요구하지 않는 예외가 있습니다. 반대로 로고, 매뉴얼, 광고영상, 상세페이지 같은 일반 저작물은 아직 공표되지 않았거나 개인 명의로 공표된 경우 제9조 적용을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기획’은 결재 도장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2021년 컴퓨터프로그램 업무상저작물 사건에서 법인 등의 기획을 법인이 저작물 작성을 의도하고 그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명시적인 제작 지시가 있는 경우뿐 아니라 채용 경위, 담당 업무, 개발 목표, 보고와 승인 과정 등 구체적인 사정에서 회사의 의도와 계획이 드러나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알아서 만들어 보라”고 구두로 지시한 뒤 최종본만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도 프로젝트 제안서, 주간업무 보고, 메신저 피드백, 수정 요청, 비용 승인, 파일 저장 위치를 연결하면 실제 기획과 제작 과정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회사 이름이 붙었다고 다른 요건이 생략되지는 않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이 2026년 공개한 2025년 판결 자료는, 법인 명의가 저작물에 표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저작물임이 증명되지 않은 경우까지 법인을 저작자로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 로고가 영상 끝에 들어가 있거나 회사 계정에 게시되었다는 사실은 공표 명의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기획·업무관계·업무상 작성이라는 다른 요소까지 자동으로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직원과 외주 제작자는 같은 방식으로 보면 안 됩니다
직원이라도 개인적인 취미로 만든 시안을 회사가 뒤늦게 채택했거나 입사 전 작품을 회사 콘텐츠에 넣은 경우라면 통상적인 업무상 제작과 사정이 다릅니다. 반대로 직무기술서에 디자인 업무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아도 실제로 회사의 지시와 승인 아래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면 직함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프리랜서나 외주업체에 대금을 지급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문하고 비용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뢰인이 저작자가 되거나 저작재산권 전부를 당연히 취득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실질적인 업무종사 관계와 지휘·감독이 없는 외주라면 창작자에게 권리가 먼저 생길 수 있으므로, 양도인지 이용허락인지와 이용 범위를 계약에서 분명히 해야 합니다.
- 홈페이지와 인쇄물뿐 아니라 SNS·광고·해외 사업에서도 쓸 수 있는가
- 색상·문구·레이아웃을 수정하고 2차적저작물을 만들 수 있는가
- 계열사, 광고대행사, 제작업체에 이용을 허락하거나 권리를 넘길 수 있는가
- 원본파일과 작업 소스, 사용한 폰트·사진·음원의 라이선스까지 인도되는가
저작물별로 이 자료를 한 묶음으로 보존하세요
회사 콘텐츠가 많다면 계약서만 모으지 말고 저작물 하나마다 제작 과정과 권리 자료를 연결하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퇴직이나 외주 종료 직전에 처음 확인하면 원본과 대화 기록이 이미 사라져 있을 수 있습니다.
- 최초 기획서, 제작 요청서, 담당자 지정과 승인 결재
- 직무기술서, 근로계약서, 용역계약서, 근무규칙의 저작권 조항
- 초안·최종본·원본파일과 생성일, 버전이력, 저장 경로
- 이메일·메신저의 지시, 수정 요청, 검수와 최종 승인 기록
- 홈페이지·책자·영상 등 최초 공표 화면, 공표일과 표시된 명의
- 외부 폰트·이미지·음원·템플릿의 구매내역과 이용조건
- 저작재산권 양도서 또는 이용허락서와 지급 증빙
여러 사람이 함께 수정한 파일이라면 최종본만으로 실제 창작 기여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기획 아이디어 제공, 일정 관리, 단순 검수와 표현 자체의 창작은 같지 않으므로 누가 어떤 부분을 표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버전이력을 보존해야 합니다.
불명확한 권리는 계약으로 좁혀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보유 콘텐츠 목록을 만들고 ‘업무상저작물 요건 충족’, ‘양도계약 있음’, ‘이용허락만 있음’, ‘확인 필요’로 구분해 보세요. 확인이 필요한 저작물은 무조건 전부 양도받는 문구를 뒤늦게 받기보다, 실제 사업에 필요한 복제·배포·온라인 게시·수정·2차적저작물 작성·재허락 범위를 구체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유용합니다.
저작재산권의 양도와 저작인격권은 구분해야 합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에게 전속하는 권리이므로, 계약서에 모든 권리를 포괄적으로 넘긴다는 문장만 두기보다 성명 표시 방식과 편집·변경에 관한 동의 범위를 제작물의 성격에 맞춰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저작권 등록은 권리를 새로 만드는 절차가 아닙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 등록을 저작자 성명, 창작·공표 시점과 저작재산권 양도 등 권리변동 사항을 등록부에 등재하여 공시하는 제도로 안내합니다. 등록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한 권리를 새로 창설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등록사항의 추정력이나 권리변동의 제3자 대항력 등 입증과 거래에 도움을 주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등록 신청 전에 누가 저작자인지와 회사가 어떤 권리를 보유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권리관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회사 명의로 등록했다고 해서 업무상저작물의 요건이나 유효한 양도계약이 자동으로 보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판결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법률정보입니다. 같은 회사 콘텐츠라도 제작자의 지위, 실제 기획과 지휘 과정, 계약 내용, 공표 방식에 따라 저작자와 권리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