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 · FIELD NOTE

비밀 표시 없는 제조도면도 영업비밀이 될 수 있을까?

대외비 도장이 없다고 제조도면의 영업비밀성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밀관리성 판단자료와 유출 전후에 보존할 증거를 설명합니다.

제조도면에 ‘대외비’나 ‘Confidential’ 표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영업비밀성이 자동으로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표시도 없고, 누구나 파일을 열 수 있었으며, 비밀유지 고지·계약·교육·접근기록까지 없다면 회사가 그 도면을 실제로 비밀로 관리했다는 설명은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모든 페이지에 붉은 도장을 찍었다고 해서 곧바로 영업비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정보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되었을 것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도면의 내용과 공개 범위, 경쟁상 가치, 실제 관리조치를 각각 확인해야 합니다.

비밀 표시는 결론이 아니라 증거 중 하나입니다. 분쟁에서는 ‘비밀이라고 써두었는가’와 함께 ‘누가, 왜, 어떤 절차로 접근할 수 있었는가’를 봅니다.

현행법의 세 요건부터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판매방법과 그 밖의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로 정의합니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인가

도면 전체가 홈페이지, 특허공보, 제품 매뉴얼이나 거래처에 제한 없이 배포된 자료로 이미 드러나 있다면 비공지성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품 외관이나 개략적인 구조가 공개되었다고 해서 공차, 재질, 열처리 조건, 조립 순서, 실패를 줄이는 설계값까지 모두 공개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 도면은 비밀’이라는 큰 문장보다 공개된 부분과 공개되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 특정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공개 자료에서 바로 알 수 있는 형상, 역설계로 파악 가능한 정보, 회사 내부의 시행착오가 반영된 세부값을 나누어야 합니다.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가

경쟁사가 도면을 얻으면 개발비와 시간을 줄이거나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는지, 회사가 해당 정보를 만들고 검증하는 데 비용과 노력을 들였는지가 중요합니다. 오래된 파일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치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제품이나 공정에 더 이상 쓰이지 않고 업계에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면 경제적 가치에 대한 별도 설명이 필요합니다.

비밀로 관리했는가

현행 조문은 과거 법령에 있었던 ‘상당한 노력’ 또는 ‘합리적인 노력’이라는 표현 대신 ‘비밀로 관리된’ 정보라고 정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런 관리도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가 보더라도 회사가 해당 정보를 일반자료와 구별해 비밀로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제 운영과 기록으로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표시가 없을 때 함께 확인할 관리자료

대법원 2009다12528 판결은 당시의 구법을 적용하면서 비밀표시나 고지, 접근 대상과 방법의 제한, 접근자에 대한 비밀준수의무 부과 등 객관적으로 비밀관리 상태를 알 수 있는 사정을 살폈습니다. 이 판결의 구법 문언을 현행법과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실제 관리 상태를 무엇으로 입증할지 생각하는 데에는 여전히 참고가 됩니다.

지식재산처 산하 영업비밀보호센터도 현재 비밀관리성을 설명하면서 비밀표시, 접근권한 제한, 비밀준수의무를 비롯해 보안규정, 등급분류, 암호설정, 복사·전송 제한, 보안교육, 거래업체와의 비밀유지계약 등을 판단자료로 안내합니다.

따라서 도면에 표시가 빠져 있다면 다음 질문에 답할 다른 자료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파일서버에서 해당 폴더의 접근자가 업무상 필요한 인원으로 제한되었는가

  • 접속·열람·다운로드·출력·외부전송 기록이 남아 있는가

  • 사내 규정이나 교육에서 설계도면을 비밀정보로 분류하고 알렸는가

  • 임직원과 외주업체에 구체적인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했는가

  • 거래처에 보낸 도면의 범위와 수신자, 사용목적, 회수·삭제 조건을 관리했는가

  • 퇴직 또는 프로젝트 종료 때 계정을 회수하고 자료 반환·삭제를 확인했는가

이 가운데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 규모와 업무 방식, 정보의 성격을 고려하되, 문서에 적힌 정책과 현장에서 실제로 지킨 절차가 일치해야 합니다.

NDA 한 장도, 보안시스템 하나도 만능은 아닙니다

비밀유지계약은 상대방이 어떤 정보를 비밀로 인식해야 하는지와 사용목적을 보여 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러나 계약서가 ‘회사의 모든 정보는 비밀’이라고만 넓게 적혀 있고 실제로는 공개자료와 설계원본을 같은 폴더에서 누구나 내려받았다면 관리의 실질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가의 보안시스템이 없더라도 곧바로 보호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작은 조직이라면 보호할 자료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업무상 필요한 사람만 접근하게 하며, 외부 전달 때마다 목적과 회수 조건을 기록하고, 구성원에게 반복해서 비밀성을 고지하는 방식으로 관리체계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2021년 특허법원 판결요지로 공개된 밤가공 노하우 사건에서는 자료에 비밀표시가 없었던 사정만이 아니라, 비밀유지 약정·각서·취업규칙과 보안교육, 근로자의 비밀유지의무를 보여 줄 자료도 보이지 않았다는 사정이 함께 고려되었습니다. 표시 하나의 누락과 관리체계 전체의 부재는 구별해서 보아야 합니다.

분쟁이 생기기 전에 남겨야 할 증거

영업비밀 사건에서는 현재 만든 문서보다 평소 업무 과정에서 축적된 기록이 중요합니다. 다음 자료를 원본 형태로 보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도면 원본, 파일명, 버전, 해시값, 작성자와 생성·수정일

  • 파일서버 권한표와 권한 변경 이력, 접속·다운로드·메일·USB 로그

  • 문서등급 정책과 시행일, 개정 전후 규정 및 구성원의 확인 기록

  • 임직원·외주업체·거래처의 비밀유지계약과 실제 도면 전달내역

  • 보안교육 자료, 참석자 명단과 교육일

  • 퇴직자 인수인계서, 계정회수 기록, 자료 반환·삭제 확인서

유출이 의심되면 로그를 서둘러 정리하거나 해당 파일을 덮어쓰지 말고 원본 상태를 보존해야 합니다. 계정을 차단하는 대응과 별개로, 언제 어떤 계정에서 어떤 파일에 접근했는지 재현할 수 있도록 서버 로그와 저장매체 정보를 먼저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관리 개선 순서

  1. 보호할 제조도면을 제품명·파일명·버전 단위로 목록화합니다.

  2. 특허공보, 홈페이지, 매뉴얼 등 공개자료와 내부 세부정보를 분리합니다.

  3. 업무상 필요한 사람만 접근하도록 폴더와 계정 권한을 조정합니다.

  4. 도면과 폴더에 일관된 비밀등급을 표시하고 구성원에게 의미를 고지합니다.

  5. 외주·거래처 계약에 사용목적, 재제공 금지, 보관·반환·삭제 절차를 구체화합니다.

  6. 교육, 권한 변경, 외부전달과 회수 과정을 반복해서 기록합니다.

비밀 표시를 지금 추가하는 것은 앞으로의 관리를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과거에도 비밀로 관리해 왔다는 사실을 소급해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기존 접근권한과 전달 경로, 계약과 교육 기록을 함께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비밀 표시가 없는 도면도 영업비밀로 인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도면의 비공지성과 경제적 가치, 회사가 실제로 취한 관리조치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개별 사건은 정보의 내용과 공개 범위, 회사 규모, 관리 상태와 침해 경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출 대응이나 경고장 발송 전에는 자료 전체를 기준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확인한 자료

https://www.law.go.kr/LSW/lsSideInfoP.do?docCls=jo&joBrNo=00&joNo=0002&lsiSeq=277201&urlMode=lsScJoRltInfoRhttps://www.tradesecret.or.kr/institution/requirement.dohttps://www.tradesecret.or.kr/bbs/faq.do?gb=551https://www.law.go.kr/LSW/precInfoP.do?evtNo=2009%EB%8B%A412528https://file.scourt.go.kr/dcboard/1633250904482_174824.pdf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자료입니다. 공개 시점, 출원 경위, 선행 권리 등 구체적인 사정을 확인한 뒤 출원 또는 대응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